논현에는 무당집 표식, 백기·적기가 없다
세종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4번 출구에서 먹자골목을 지나면 신축과 구옥이 섞인 빌라촌이 나온다. 술집과 메이크업숍이 즐비한 이곳엔 점집이 몰려 있지만 무당집을 상징하는 백기와 적기는 없다. 백기는 점을, 적기는 굿을, 둘 다 걸려 있으면 점과 굿을 남들 있다는 내용이다. 깃발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당이 본인을 드러내고 싶지 않거나, 드러낼 욕구가 없거나, 건물주 허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다.
6월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점집 모습. 무당집을 상징하는 백기와 적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한 건축물에 다체로운 무당집이 자리 잡기도 했었다.
3월 26일 일산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점집 형태. 무당집을 상징하는 백기와 적기는 찾아느낄 수 없었고, 한 구조물에 다양한 무당집이 자리 잡기도 하였다.
논현동에선 고수익을 내는 무당이 적지 않았다. 열흘에 손님 100명 정도만 받는다는 또 다른 무당은 "경기 나을 땐 두 달씩 예약이 밀렸고, 지금은 한 달 정도 밀렸다. 전부 입소문으로 온다"고 말했다. 이러면서 "간판은 광고물 제작하는 신도가 유료로 걸어준 거고, 부산에서 운영하는 신당은 간판도 없다"고 추가로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점사비로 30만 원을 불렀다. 무당 말대로라면 9년 수익이 수억 원에 달끝낸다. 그는 "의사, 변호사 안 부럽다"고 했었다.
이곳에 찾아오는 누군가는 수준이 다르다고 했었다. 정재계 인사부터 방송인까지 여러가지다는 게 무당들 얘기다. 삶에 대한 걱정이 많고 말벗이 요구되는 2030 노인들과 강남 유흥시설 남성 직원들도 주요 대상이다. 유명 인사들이 찾는다는 한 점집에선 "강남 손님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사주도 대체로 좋다"며 "점값으로 흥정하지 않는데, 부부가 점 보러 오면 군말 없이 60만 원 낸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땅값이 오르면서 무당집은 서서히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특이하게 낡은 구조물을 부수고 신축하면 쫓겨나는 무당들이 적지 않았다. 논현동의 한 부동산 중대중은 "점집을 내고 싶어 하는 무당이 두 분 있는데, 세를 안산점집 못 구하고 있을 것입니다"며 "점집이 외관상 보기가 안 좋으니 세입자와 구조물주 전부 싫어된다"고 귀띔했었다. 깃발을 달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입니다. 또 다른 중개인은 "유흥시설 업무자들이 줄어들고 직장인이 많아진 것도 점집이 줄어든 원인"이라고 이야기했었다.